이윤선의 남도문화 기행 (57)
이윤선(문화재청 전문위원)
매미의 우화(羽化)는 우화등선(羽化登仙)이다. 번데기가 날개 있는 성충이 되는 것을 우화라 한다. 사람의 몸에 날개가 돋아 하늘로 올라가 신선이 되는 일을 우화등선이라 한다. 진서(晉書)의 ‘허매전(許邁傳’에 나오는 말이다.
벌레에 날개가 돋으니 날개돋이요 껍질을 온전히 벗어놓으니 탈바꿈이다. 허물을 벗고 나오는 것이 갱생이고 거듭남이며 재생이고 부활이다. 연암 박지원의 ‘열하일기’에 비유해 말하면 번데기의 성충은 물론이요, 하늘로 올라가는 신선이 다르지 않다. 본디 먼지로부터 비롯되었을 것이니 말이다.
날개를 가졌으니 창공을 나는 새요, 하늘로 날아오르니 솟대 위의 인신가교(人神架橋) 곧 신조(神鳥)다. 매미가 껍질을 벗고 날개를 달기 위해서 많게는 17년을 기다려야하지만 온전히 탈바꿈하기 위해서는 이전의 자신을 죽여야 한다. 매미가 벗어던진 옷, 매미의 허물이 온전한 그의 형상 그대로임을 주목하는 이유다.
수년 전 이 지면을 통해 소개했던 문구가 있다. 데미안이 싱클레어에게 전해준 쪽지 말이다. "새는 알에서 빠져나오려 한다. 그 알은 세계다. 태어나려고 하는 자는 하나의 세계를 파괴하지 않으면 안 된다. 새는 신 곁으로 날아간다.
그 신의 이름은 아프락사스다." 헤르만헤세의 소설을 통해 익숙해진 신의 이름, 아프락사스의 새를 진도 관매도 해송숲의 오쟁이에 덧입혀 소환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인고의 세월을 보내고서야 비로소 자신의 껍데기, 그 병을 깨고 날아오르는 선의(蟬衣), 선녀의 날개옷을 주목했을 사람들을 묵상한다.